기획 프리랜서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기획이야기
IT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돈도 잘 벌고 활동도 자유로운 프리랜서 생활에 대해 고민해봤을 것이다. 3년 전 나 또한 같은 고민에 빠졌었고 3~4개월은 빡세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1개월은 해외여행을 떠나자는 달콤한 상상을 꿈꾸며 2개의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이 글의 제목처럼 기획 프리랜서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쉽지 않다. 두 번의 프로젝트 경험에 비추어 그 이유를 살펴보겠다.
첫 번째 프로젝트 - 서비스 컨설팅
기획자 커뮤니티의 프리랜서 구인 글을 보고 지원한 첫 번 째 프로젝트는 "세계 미녀들과의 유쾌한 수다"라는 컨셉의 온라인 채팅 서비스였다. 이미 일정 수준의 매출이 나오고 있었지만 클라이언트는 B2C 수익을 늘리고 싶어 했고 매출 확대를 위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기존 인력이 모두 개발자로 구성되어 기획자의 색다른 시각을 원했다.
컨설팅이라.. 내가 만든 사이트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작업은 수없이 많이 해봤지만 남의 서비스를 진단하는 작업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객관적으로 서비스를 살펴볼 수 있었다. 고객의 눈으로 사이트를 바라보고 회원가입부터 서비스 이용 및 결제까지 모든 단계를 쪼개어 심도 있게 분석했다. 고객의 이탈지점을 찾아 시스템 로직을 개선하고, 사이트 전반에 걸쳐 개발자 특유의 딱딱한 멘트를 부드럽고 친절하게 다듬었다. 또한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도 몇 가지 기획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카피라이팅였다. 회원의 99%가 성인 남성이었기에 이들을 유혹하는 카피를 작성해야 하는데 대놓고 성인용 카피를 작성하자니 심의 대상에 걸릴 수 있었다. 성인 사이트인 듯 성인 사이트가 아닌 것처럼 포장을 해야 했고, 그 경계선을 잘 유지해야 했다. 그 때 정리했던 글 중 아래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찍이 공자는 색을 좋아하듯이 공부하길 좋아하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색을 좋아하는 만큼 공부에 빠져들 수 있게 됐습니다! 미녀에게 빠져들수록 영어 실력이 쑥쑥..
두 번째 프로젝트 - GS칼텍스 그룹웨어 시스템 구축
잡코리아 헤드헌터를 통해 연결된 두 번째 프로젝트는 GS칼텍스 임원 전용 태블릿 시스템 구축 건이었다. 내부 ERP에 수많은 데이터가 있지만 임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거래현황, 매출, 통계 등의 핵심만 간추린 요약정보였고 PC에 접속하지 않고도 태블릿으로 원하는 정보를 보고 싶어 했다.
이 프로젝트는 철저히 SI 중심이어서 백오피스 로직과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했다. 시스템 로직이야 기존의 문서를 참고하고 직접 돌려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지만, 해당 산업에서 사용하는 각종 용어와 빅데이터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덕분에 전국의 GS칼텍스 체인점을 알게 되었고, 기름이 어디서 수입되는지 일반유, 윤활유, 가스, 방향족, 아스팔트 등의 기름 종류와 부도어음, 외상채권, 담보 한도, 신용한도 등의 거래 관련 용어를 알게 되었다.
두 번의 프로젝트 모두 성공적으로 끝마쳤지만 그 어떤 프로젝트 보다도 훨씬 어려웠고,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기획자는 해당 산업을 이해해야지만 제대로 된 기획을 할 수 있다.
2. 기획자가 다루는 업무범위가 마케팅, 카피, 제안, 화면 설계, 분석 등 광범위하며 프로젝트마다 요구하는 스킬이 다르다.
3. 고객은 프리랜서를 뽑은 이상 단시간에 성과를 보고 싶어 하는데 1,2번의 이유로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결국, 달콤한 꿈과 함께 시작한 프리랜서 생활은 3개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기획 프리랜서의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성공적으로 프리랜서 생활을 누리는 기획자도 분명히 있다. 다만, 내 경험이 프리랜서를 준비하는 기획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프리랜서의 장점
- 정규직에 비해 고액의 페이를 받는다.
-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다.
-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다.
-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프리랜서의 단점
- 기획 프리랜서의 수요가 많지 않다.
- 소속감이 떨어진다. (외로울 수 있다)
- 안정적이지 못하다. (일이 꾸준하지 않다)
- 정규직 전환 시 경력관리에 좋지는 않다.
- 연말정산을 직접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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