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일반직장인의 차이
얼마 전 셰프끼리 방송을 통해 최현석, 오세득, 정창욱, 임기학 셰프가 이탈리아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메밀 비빔국수와 메밀전병을 대접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 4명의 셰프가 합심하여 부족한 식재료를 가지고도 훌륭한 요리를 선보였다.
100여 명의 현지인들이 시식하기 전 잔뜩 긴장한 셰프들. 아마도 "맛없으면 어떡하지?"라는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다행히도 아주 맛있다는 평가를 보냈고 셰프들은 이내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후 최현석 셰프의 인터뷰에 크게 공감했다.
요리하는 사람이 뭐가 있겠어요.
내가 한 거 맛있게 드시는 거. (그게 다예요)
그래서 우리가 요리하거든요.
셰프는 내가 한 요리를 맛있게 먹어줄 때. 가수는 내 노래에 청중이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깊이 공감할 때. 작가는 내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우리도 각자의 분야에서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이 순간을 느끼기 위해 일하는 건 아닐까?
나만의 전문분야에서 한 껏 솜씨를 뽐내고 내가 기대했던 반응 또는 그 이상이 되돌아올 때 느끼는 희열. 이러한 희열과 기쁨은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있고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전문가로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희열이 아닌 돈에 가치를 두는 순간 일반적인 직업 요리사, 가수, 작가가 될 뿐이다.
내 분야인 기획에서는
고심해서 제안한 기획 안이 받아들여지고 실행될 때, 풀리지 않던 문제의 답을 찾아냈을 때, 팀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내가 만든 서비스를 고객이 유용하게 이용할 때 희열을 느낀다.
반대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의 지시로 억지로 할 때, 시간에 쫓겨 나 스스로도 만족할 수 없는 기획을 할 때, 발전 없이 똑같은 일을 반복할 때 열정이 식는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전문 기획자와 일반 기획자의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전문 기획자는 끊임없이 자기 분야를 공부하고 스스로 열정 프레임을 만들어간다. 직장 속 프레임이 잘못된 경우 이를 바꾸려고 한다. 프레임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다른 프레임을 찾아 떠나는 것이 낫다. 잘못된 프레임에 적응하는 순간 일반 기획자로 전락할 뿐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자기 의지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있음을 느끼고 일이 즐겁다. 즐거워야 열정이 생기고 그래야만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행복감은 돈보다 우위에 있다.
Com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