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행 서비스 분류
여행 서비스 기획자가 바라 본 온라인 여행시장.
어릴 적 내 꿈은 세계일주였다. 그래서 여행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었고 기획 3년 차에 스타트업 창업 멤버로 시작해 지금까지 약 6년 이상 여행 서비스 기획자로 종사하고 있다. 그동안 여행산업 전반에 걸쳐 수많은 경험을 했고 이제 그 경험을 토대로 기획자인 내 관점에서 하나씩 정리해보고자 한다.
온라인 여행 서비스가 일반 온라인 서비스와 다른 점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는 무형의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e-커머스 산업은 개인 소유가 가능한 '유형의 상품'을 판매한다. 따라서 구매부터 배송까지의 연계 시스템이 발달해 있다. 하지만, 여행 서비스는 '무형의 상품'을 판매한다. 항공권 좌석, 호텔 숙박권, 렌터카 대여 등 내가 소유할 수 없지만 특정 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판매한다. 배송 시스템은 없지만 고객이 상품 이용을 취소할 경우를 대비해 대기 예약, 취소수수료 개념이 적용되어야 한다. 재난, 재해, 테러 등의 사고가 터지면 상품을 일괄 취소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돌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처리도 복잡하다.
둘째는 시기성이 있다는 점이다. 여행은 시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동일한 상품도 시즌에 따라 시간에 따라 가격 편차가 굉장히 심해진다. 김포에서 제주로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로 들면 평일, 금요일, 주말, 공휴일과 같은 요일에 따라 비수기, 준성수기, 성수기와 같은 시즌에 따라 상품 요금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 평일 오전 5시 출발 : 2만 9천원
- 평일 오전 8시 출발 : 5만 9천원
- 주말 오전 5시 출발 : 4만 9천원
- 주말 오전 8시 출발 : 10만 2천원
셋째는 상품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항공, 호텔, 렌터카 등 전 세계 모든 상품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이들 상품을 사업주가 직접 판매하거나 중개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데, N개의 여행사가 동일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실시간 재고관리가 되어야 하고 타사보다 조금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 가격 우위를 가져가야 한다. 성수기에는 고객 수요가 있어도 물량이 없어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성수기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핵심이다.
또한 여행산업은 전 연령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온라인 결제를 어려워하는 고객들도 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결제, 유선을 통한 결제도 지원되어야 한다. 간혹,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쇼핑몰과 같은 커머스 경험이 있다고 여행 산업을 우습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여행산업은 훨씬 더 깊고 복잡하다. 절대로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현재의 온라인 여행 서비스를 세부적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한 가지 전제할 것은 여행 산업은 대리점 중심의 '오프라인 산업'과, WEB/APP을 통해 서비스되는 '온라인 산업'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앞으로의 글은 온라인 산업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 오프라인 사업은 경험이 없다.
온라인 여행 서비스는 영어로 OTA(Online Travel Agency)라고 부르며, 여행 기사에서 사용되는 글로벌 OTA라는 용어는 프라이스라인, 익스피디아, 부킹닷컴과 같은 해외 여행사를 뜻한다.
온라인 여행 서비스의 분류
여행 상품의 종류는 대표적으로 항공권, 숙박, 렌터카, 입장권&패스, 현지 가이드로 분류된다. 이 중 하나의 상품군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을 여행 버티컬 서비스라고 부르며, 각각의 상품을 종합으로 판매하는 곳을 종합여행사라 부른다. 전자는 대한항공, 야놀자, 마이리얼트립과 같은 서비스를 후자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를 예로 들 수 있다.
항공
여행산업 초기에는 각 항공사 또는 오프라인 대리점을 중심으로 항공권 판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인터파크투어와 온라인투어를 필두로 <온라인 실시간 항공권 예약 시스템>이 도입되며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고, 지금은 모든 여행사에 이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여행시장에서는 항공사가 갑 중의 갑인데. 항공권을 구매할 수 없는 경우 여행상품 자체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성수기 항공권 물량 확보가 핵심 과제이기에 대부분의 여행사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위치한 서울 중구에 몰려있다. 최근에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과 같은 저가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항공 시장에 진입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숙박
여행 산업에서 항공과 함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호텔, 리조트, 펜션, 모텔,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숙박시설로 분류되며 위치 및 시설이 가장 중요하다.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주는 대부분 직접 판매하는 사이트를 가지고 있지만, 홍보 부족으로 많은 거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인터파크투어, 야놀자, 우리펜션과 같은 숙박 중개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펜션의 경우 여행사 간의 판매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아 중복예약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숙박 상품의 경우 공실로 두는 것보다 싼 값에라도 판매하는 게 이득인지라 핫텔과 같은 타임 커머스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입장권&패스
현지투어, 관광지 입장권, 공연 티켓, 교통패스 등 현지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이다. 현지에서도 상품 구매가 가능하지만 언어의 장벽, 할인 혜택, 대기시간 등의 이유로 티켓 사이트를 통해 미리 구매한다.
렌터카
롯데렌터카(구.KT금호렌터카), 아주렌터카와 같이 전국단위로 차량을 렌트해주는 버티컬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여행 시장에서는 제주도 렌탈 사업이 굉장히 활성화되어있고, 타 상품 군에 비해 마진율이 월등히 높아 매력적인 시장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우버, 카카오택시, 쏘카, 그린카와 같은 서비스가 차량 렌탈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현지 가이드
초기에는 고객과 함께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고객의 여행 전체를 관리해주는 가이드 산업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박물관투어, 산책투어, 야경투어 등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가이드를 제공하는 단품 가이드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패키지 상품의 경우 쇼핑 코스를 강제로 포함시켜 강매를 유도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가이드에 대한 인식과 패키지 상품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 인터파크투어는 이에 대한 대응 상품으로 노팁, 노옵션, 노쇼핑을 내세운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패키지
고객이 아무런 걱정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모든 일정, 모든 상품이 포함된 종합 여행상품이다. 여행사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조합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고객은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국내 여행시장은 패키지 산업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고 캐시카우로서 여전히 높은 매출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을 개별로 구매하는 자유여행 시장이 점차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항공과 숙박을 결합한 '에어텔', 항공과 숙박 렌터카를 결합한 '에어카텔'등 세미패키지 상품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가격비교 서비스
동일한 여행상품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게 여행시장이다. 항공기의 같은 좌석, 호텔의 같은 객실도 각 여행사별 공급력에 따라 누구는 15만 원에 예약하고, 누구는 10만 원에 예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격비교 서비스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며 항공권은 스카이스캐너, 호텔은 트립어드바이저와 호텔스컴바인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렌터카를 비교하는 '제주 패스 렌터카' 서비스가 최근에 오픈되었다.
여행정보
이제는 여행을 준비할 때 정보검색은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여행정보를 검색하고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는다. 해외여행의 경우 보다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검색하는데 오프라인 가이드북도 많이 참고하고, 잘 정리된 온라인 사이트를 둘러보거나, 여행 일정 사이트를 참고하기도 한다. 이 쪽 시장은 꾸준한 트래픽이 발생하지만 정보 측면에서 네이버라는 절대강자를 넘어서기에 한계가 있다. 또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유지를 위한 수익모델을 갖추기가 어렵다. 이 중에 하나투어의 자회사 투어팁스가 그나마 탄탄한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2015년 설립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온라인 여행산업을 분류해봤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여행시장 트렌드를 정리하며 이 글을 마치겠다.
1. 국민 소득 및 여가시간이 증대되며 국내, 해외여행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2. 여행사가 짜 놓은 일정이 주요 상품이었던 패키지 시장에서, 개인이 직접 일정을 계획하고 여행을 떠나는 자유여행 시장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낯설었던 과거에는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패키지 상품을 선호했지만 해외 비즈니스, 어학연수, 배낭여행, TV매체, 온라인 정보 등을 통해 해외여행 정보를 접하기가 쉬워지고,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각각의 상품 구매가 쉬워지며 개별 상품을 구매하는 자유여행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개별 자유여행을 업계 용어로 FIT(Foreign Independent Tour)라고 부른다.
3. 저가항공사들이 생겨나며 보다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에어서울'이라는 저가항공사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아고다 등 해외 OTA 서비스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며 고객의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4.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아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4년도 기사에 따르면 요우커가 국내 면세점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한다.
5. 여행사의 기본 사업 구조는 대행 판매를 통한 중개 수수료이지만,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공동으로 센터마크호텔을 건설해 인바운드 고객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고, 야놀자 또한 직판 모텔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아웃바운드(Outbound)는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 인바운드(Inbound)는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을 뜻한다.
6. 하나투어는 2015년 면세사업권을 따냈고 2015년 11월 인천공항점 오픈, 2016년 1월 서울 인사동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면세점 이름은 SM면세점으로 SM엔터테인먼트와는 무관하며 Small & Middle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면세점과 더불어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하나프리 티켓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7.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재치 있는 마케팅을 신호탄으로 음지로 여겨졌던 모텔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고 있다.
8. 대리점 유통망을 거느린 전통 여행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온라인 여행사인 인터파크투어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2014년 매출액과 항공권 발권금액 BSP(Billing and Settlement Plan)를 비교해보자. 항공권 발권금액은 인터파크투어가 하나투어에 거의 근접하게 따라잡았다. 2015년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매출액의 경우 인터파크투어가 많이 적어 보이는데 인터파크투어는 여행 분야에서만 발생한 매출이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여행 외 다른 사업이 합산 된 금액이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을 바탕으로 여행 시장의 큰 그림을 정리해봤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보다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도록 하겠다.
추가내용
- 2016.1.11 세계여행신문에서 2015년 항공권 발권실적(BSP)을 집계 보도했다. 상위 여행사의 발권금액은 전체적으로 상승했으며, 모두투어가 전년대비 크게 성장했다. (하나투어 10,965억원, 인터파크투어 9,743억원, 모두투어 5,922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