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잠시 휴식기를 보내고 블로그를 다시 시작합니다.

저는 평소 책을 읽을 때 비소설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의 책을 읽습니다.
유튜브 콘텐츠도 비슷한 분야를 즐겨 보지만 가끔씩 물릴 때는 도파민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유희성 콘테츠를 찾게되는데요.
최근에도 관성적으로 웹툰, 유튜브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도파민에 끌릴 거라면 이왕이면 책이면 어떨까? 그래서 소설을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RIDI에 구매해두었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편》을 다시 읽었습니다. 제 또래에서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자연스럽게 제 상황에 빗대어 상상하게 되더군요.
아직은 소설 분야의 책을 고르는 뚜렷한 기준이 없어서 일단은 시선을 끄는 책들을 읽어보며 탐색하는 중인데, 정진영 작가의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에서 역사책을 분류하는 방식에 관한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학생과 책방 주인의 대화입니다.
그 책의 이름은 『삼국유사三國遺事』였다. 나는 그에게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서로 이름이 비슷한 책인데 내용은 왜 다르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삼국사기』는 역사를 기록한 책이지만, 『삼국유사』는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거든.”
주인에 따르면 사기史記와 유사遺事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사기는 역사 기록을 의미하는 단어였고, 유사는 남겨진 이야기를 의미했다.
그는 내게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은 과학자 같은 사람이어서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은 빼고 믿을 수 있는 이야기만 책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은 동네 할아버지 같은 이야기꾼이어서 자신이 오래전부터 들어온 옛날이야기를 들은 그대로 책에 담으려 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고, 아래가 있으면 위가 있는 법이란다. 밝음만 아는 사람들은 어둠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위에만 있는 사람들은 아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지. 그래서 싸움이 일어난단다.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지.
‘모른다’와 ‘미워한다’는 말은 서로 다른 의미인데, 같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비교해봐도 알 수 있듯이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세상에는 많단다. 그런 점에서 너는 현명한 아이로구나. 손에 두 책을 모두 쥐고 있으니 말이다. 『삼국유사』는 내가 네게 주는 선물이다.”
이 구절이 왜 끌렸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평소에 어림짐작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은유로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러한 비유와 은유들이 소설의 매력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요즘은 AI로 인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모든 것이 따라가기 벅찰 만큼 빠르게 변하고, 주변에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넘쳐납니다.
우리는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오락성 콘텐츠에 이끌리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 '매운맛'과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머리를 잠시 내려놓고, 은은하게 뒷맛을 남기는 소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은 IT 분야의 글을 주로 올려왔지만, 앞으로는 저의 소소한 생각과 경험도 가끔씩 나눠보려 합니다.
지금은 AI 분야의 PM으로 일하면서 매일 AI를 활용하고 있어서, 관련 경험과 인사이트도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