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PM, 기획자의 이직 그리고 새로운 출발!
초기 스타트업 시절부터 4년 6개월을 함께한 ONDA를 떠나 7월부터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꽤 익숙해진 회사를 이직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 복합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뽑아보면 개인 성장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ONDA의 성장과정 속에서 정말 다양하고 익사이팅한 경험들을 했고 또 많이 배웠습니다. 회사는 지금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일들은 기존에 했던 것들을 더 잘해야 하는 루틴의 과정이다 보니 현재의 익숙함과 편안함, 개인 성장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고 정체돼서 고인물이 되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되어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30대 후반의 가장이고 40대, 50대에도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40세 전후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고민과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가장 큰 걱정은 내가 직장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나는 이 일이 좋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 현업에서 일하고 싶지만 회사 입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니어 인재를 채용하기가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딱히 창업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단 창업을 하게 되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로 사업계획서를 그럴싸하게 만들어 창업지원금을 받을 자신은 있었지만 10년 넘게 스타트업 업계에 있다 보니 도피형 창업으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 생각은 접어두었습니다.
이직을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관계를 맺어왔던 여러 대표님들, 유명 회사의 제품 책임들을 만나보고, 관심 있는 회사에 직접 지원을 하기도 하고, 채용 서비스에 등록도 하고, 헤드헌터를 통해 연락을 받기도 했죠. 덕분에 여러 회사를 만나봤고 오퍼를 받기도 하고 불합격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꽤 괜찮은 회사들에서 좋은 조건으로 오퍼를 받았지만 마음속에서는 직장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이상 지금의 고민은 3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도 계속될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내가 뭘 하고 싶은가를 다시 한번 고민해보고 정리해봤습니다.
1. 제품 팀을 리드하는 PO로 계속해서 현업에서 일하고 싶다.
2. 나와 Fit이 잘 맞는 S급 인재로 구성된 팀을 만들고 싶다.
3. 직장에 종속되지 않고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받고 싶다.
창업은 아니었지만 나와 Fit이 잘 맞는 S급 인재로 구성된 용병 제품 팀을 만들어 성과를 확실하게 보장받는 팀을 이끌고 싶었습니다. 단순 SI가 아닌 특정 회사의 용병 팀이 되어 그 회사의 BM, 업무 프로세스, 제품 디벨럽을 확실하게 해 주고 우리가 빠지더라도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해주고 확실한 보상을 받는 팀을 꿈꿨습니다.
주요 파트너는 사업 아이템과 자금은 있지만 제품팀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스타트업, DT(digital transformation) 전환을 준비하는 기업,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소방수가 필요한 회사들을 떠올렸고 주변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시장 수요는 확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S급 인재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회사에서 제품 팀 리더로 일하면서 수많은 동료를 만나왔지만 그중에 S급 인재는 딱 1%입니다. 그들은 개발,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각자가 자기 분야에 철학이 있고 자기 분야에 미쳐있는 사람들입니다. 소위 말해 쉴 때도 이 분야만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이와 더불어 실력, 인성, 책임감을 겸비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를 탑재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가 찾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동료들과 일해왔지만 S급 인재를 추리는 건 쉬웠습니다. 워낙 소수이다 보니 바로 떠오르더군요. 그들을 만나 이상향을 설명하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행히도 그들 대부분이 공감해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제가 무조건.. 반드시.. 꼭.. 함께하고 싶었던 S급 시니어 개발자 두 분이 팀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들은 어느 조직에서든 일당백을 하는 최고의 개발자이자 리더라고 자신하는 분들이죠.
이 시점에 타이밍 좋게도 좋은 스타트업과도 인연이 되었습니다. 명확한 사업 아이템이 있고, MVP 제품으로 시장 가능성을 증명했고, 제품만 받쳐주면 J커브 지표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표님의 열정과 행동력은 그야말로 S급이었습니다. 대표님도 마찬가지로 좋은 제품 팀을 찾고 있었는데 서로의 needs와 타이밍이 딱 맞았던 거죠. 덕분에 7월부터 아주 기분 좋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일주일 지났는데 아직까지는 순조롭고, 흥미롭고, 재밌네요 ^^. 앞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블로그를 통해 종종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