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기획자의 직장 살펴보기 - 웹에이전시 편.

웹기획자의 직장 살펴보기 - 웹에이전시 편.
Photo by charlesdeluvio / Unsplash

웹에이전시(WebAgency) 

웹에이전시는 WEB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을 이야기합니다. 과거 웹에이전시는 웹사이트 제작만을 중점적으로 수행했으나 최근의 웹에이전시는 컨설팅, 마케팅 대행, 웹사이트 제작, 모바일 서비스 제작, 운영대행 등 WEB을 베이스로 한 모든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IT업계에서 웹에이전시는 전문가들이 모여있다는 인식이 강하며 웹기획자의 수행 업무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전략기획 

고객사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제안 업무를 담당합니다.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에 2~4개의 업체가 경쟁 입찰을 하는데, 전략기획팀은 그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객이 요구한 A를 A+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고민합니다.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꼼꼼히 분석하고, 시장에서 고객사의 현위치와 경쟁사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며,목적 달성을 위한 핵심전략과 자사의 기술력을 토대로 고객사에 제안을 진행합니다. 가끔은 고객사에서 프로젝트 수행 업체를 미리 선정해놓고 다른 업체를 들러리로 세우는 경우도 있으니 참여 요청에 따른 응대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략기획팀에서 요구하는 기획자의 능력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분석능력", 핵심가치를 발굴하는 "통찰력", 고객을 유혹하는 "작문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시됩니다. 여기에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시니어급 기획자라면 고객사를 설득하는 "발표 능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2. 구축기획 

계약이 성사되면 이제 프로젝트 구축 단계로 넘어갑니다. 제안서를 바탕으로 무형의 제품을 유형의 제품으로 만들게 되는데 실체가 없는 제품을 만들다 보니 고객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상태라면, 설계 단계에서 막히기도 하고, 수시로 변하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도 합니다. 때문에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프로젝트와 연계된 부서의 많은 실무자들을 인터뷰할 것을 권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무 담당자 1인 정도로 제한된 요구분석만 진행될 경우, 프로젝트 막바지쯤 관련된 다른 부서의 엄청난 클레임과 함께 사이트를 엎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말 그대로 지옥을 맞보게 될 수 있으니 요구분석에 특히 많은 공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구축 기획팀에서 필요로 하는 기획자의 능력은 "고객의 니즈를 적절히 반영한 화면 설계능력"과 프로젝트 구성원(개발자, 디자이너)들과의 "원만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프로젝트가 중반부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굉장히 예민해져 있습니다. 이 때는 전투 모드가 아닌 그들의 입장을 150% 이해하는 교회 오빠 모드로 변신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뽑아내야 합니다. PM 기획자의 경우 고객의 요구사항은 적절히 커트하고 프로젝트팀을 독려해서 으쌰 으쌰 끌고 나가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3. 운영기획

고객사에 IT부서가 존재하지 않거나 서비스를 운영할 수행인력이 부족한 경우. 고객은 웹에이전시에 위탁운영을 맡깁니다. 운영기획팀의 기획자는 고객사를 대신하여 "정기 프로모션(이벤트)", "서비스 개선", "콘텐츠 제작"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대체적으로 제안과 구축에 비해 일정에 쫓기지는 않으나 갑질의 횡포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며, 롱 타임의 업무보다는 단 건의 업무를 복수로 부여받는 경우가 많아 퀄리티보다는 속도가 더 중요한 요소 이기도합니다.

"웹에이전시는 야근이 많은 편이고 일은 힘들지만, WEB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IT업계에서 웹에이전시는 이 한마디로 표현되는데요. 저도 이 말에 100% 공감합니다. 고객에게 돈을 받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 수행 조직이다 보니 항상 일정에 쫓기게 됩니다. 중간에 고객의 요구사항은 수시로 변경되지만 프로젝트 일정은 변경되지 않다 보니 프로젝트 끝으로 갈수록 더더욱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홍보 사이트", "쇼핑몰", "브랜드 사이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해 볼 수 있어 주니어 기획자의 경우 경험을 쌓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기에 좋습니다. 또한 그동안 기업이 쌓아놓은 노하우도 단 번에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단, 모든 에이전시가 WEB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은 아니며, 다양한 업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의외로 업무 프로세스 가이드가 잡히지 않은 소규모 웹 에이전시들도 많은 편이므로, 에이전시 취업 시 매출이나 직원들의 분위기를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내근직이 아닌 파견직의 경우 같은 에이전시 업무라 할지라도 업무의 강도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웹에이전시의 복지는 중견기업에 비해 부족한 편인데, 사내 인테리어는 대체적으로 훌륭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웹에이전시를 기피하는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차선책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사회생활을 잘 모를 땐 인테리어에 훅 가거든요!   

웹에이전시 "이모션" 사무실 전경. 

끝으로 "웹에이전시"와 "홈페이지 제작업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간단히 구분해보면 웹에이전시는 3,000만원 이상의 대기업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며, 월간 웹 잡지에 자주 소개되고 GDWEB, 디비컷 등의 사이트에서 업체 이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경우 네이버에 홈페이지 제작이란 키워드로 검색해서 만나 볼 수 있는데, 대부분 3,000만 원 이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기존에 만들어둔 템플릿에서 콘텐츠와 디자인만 바꾸는 형태로 많이 구축됩니다. 웹기획자로서 성장하기에는 힘든 구조이며 성장을 원한다면 웹에이전시를 추천합니다. 

정리하면, 웹에이전시는 웹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장소이며 전문가로서의 탄탄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일정에 항상 쫓긴다는 단점이 있지만 손발이 착착 맞는 팀원들이 곁에 있고, 대화가 잘 통하는 고객사를 만난다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