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할 수 있는 것이 항상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책 <THICK data>를 읽으며 '통찰'에 관하여 떠오른 생각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사고의 중요성은 누구나 잘 알고있다.
우리 회사에서도 매일같이 데이터를 기준으로 사고하고, 소통하며, 설득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수 많은 채용 소개 페이지에서도 '데이터 기반으로 사고 할 수 있는가?'는 주요 요건에 대부분 포함된다.
이미 제품으로 만들어지거나 출시한 기능에 대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은 매우 합리적이고 상대방을 설득하기에도 수월하다. 그래서 특정 기능을 론칭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 해나가는 과정에서는 데이터 분석 결과가 매우 유의미하게 활용된다.
하지만 신제품을 론칭하거나 신규 기능을 론칭할 때는 데이터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다보니 직관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물론 설문, FGI,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고객 Needs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의견을 100% 신뢰할 수는 없다. 고객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전기에 소개된 내용이다.
소비자 조사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불신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된 걸로 보인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 공식 전기에 따르면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시장조사를 어떻게 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잡스는 이렇게 반문했다고 한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할 때 시장조사를 했겠습니까?”
“사람들 대부분은 제품을 보여 주기 전까진 자신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릅니다.”
이 책의 전체적인 메세지는 사람들의 숨은 욕망을 발견하는 thick data.
big data와 thick data 기반으로 통찰력을 발휘하는 smart data.
그리고 thick data를 발견하기 위한 인문학적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행위에는 반드시 맥락이 있고, 그것을 파악해야만 비로소 숨겨진 의미가 드러난다.
big data로는 ‘무엇을 얼마나’에 관해 알 수 있고, 정성적인 정보인 thick data로는 ‘왜, 어떠한 맥락에서’에 대해 통찰할 수 있다.
머신 러닝에 의존하는 big data로는 정확성을, 인간 학습에 의존하는 thick data로는 보편적인 진실을 추구할 수 있다. 변수를 제거함으로써 패턴을 식별하는 big data는 불확실성이 적을 때 유리하고, 반대로 불확실성이 클 때는 복잡성을 수용하는 thick data가 도움이 된다. big data가 과거 벌어진 일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말해 준다면, thick data는 미래에 있을 일, 아직 알지 못하는 일을 알려 준다
big data와 thick data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도, 우월을 가릴 수 있는 개념도 아니다. 기업이 소비자를 완벽하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big data와 thick data 모두가 필요하다.
20년차 데이터 분석가 한승준 님도 비슷한 맥락으로 데이터 분석을 이야기한다.
20년차 데이터분석가 입니다.
제 생각에 데이터 분석가는 과거를 분석하는 직업입니다. 잘한 일을 찾아서 확장하고 못한 일을 찾아서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일을 하다보면 스스로 현업보다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위험한 착각입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서 재벌집 막내아들 놀이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업의 본질은 미래에 성공할 일을 찾아서 현재에 실행하는 과정입니다. 데이터분석은 하지 않은 일을 분석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어려웠습니다.
회계 전문가나 주식투자 전문가 중에서 기업의 경영에 대해서 시원하게 비판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분들도 재벌집 막내아들 놀이를 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분석이나 회계 분석의 효용은 성공하는 방법 보다는 실패하지 않은 방법을 찾는데 있는것 같습니다.
성공하는 이유는 회사마다 다양하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자신이 믿는 일을 시작하시고 실패하지 않으려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세요.
딜라이트룸 Chan 님의 글에도 비슷한 맥락의 메세지가 담겨있다.
데이터와 감.
처음에 이 둘은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였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 둘은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이었다. 즉 이분법적으로 나뉘기보다는 스펙트럼 양 끝에 있는 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든 부분을 데이터로 뒷받침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감이 끼어들 구석이 비교적 적다. 반대로 데이터적인 근거가 하~나도 없는 경우 감을 판단 근거로 삼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이 사이 어드메에 위치했다.
아래에서 데이터/감으로 나눈 부분은 “고민의 시작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둘 중 하나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데이터 ~ 감 스펙트럼 사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는 가설을 구체화하면서 끝에 도달해봐야 알 것이다.
"아직 적히지 않은 페이지를 읽어 내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이 메세지를 읽을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직 적히지 않은 페이지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이 길은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에 대한 비전과 통찰을 가질 때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독서노트 <THICK data> 시리즈 (5)
- 단골은 떠나도 팬은 떠나지 않는다
- 쓸모없는 데이터를 입력하면 쓸모없는 데이터가 출력된다
- 소비자는 언제나 진실만 말하지 않는다
- 파이형 인재와 통섭형 인재
- 측정할 수 있는 것이 항상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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