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언제나 진실만 말하지 않는다

책 <THICK data> 를 읽으며 '소비자 조사'에 관하여 떠오른 생각들.

소비자는 언제나 진실만 말하지 않는다
📖
책 <THICK data> 를 읽으며 '소비자 조사'에 관하여 떠오른 생각들.

스타트업 조직문화에는 대부분 '고객중심'을 포함한다.

우리는 고객 Needs를 발견하기 위해 설문, FGI, 개별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지만 현업에서 직접 부딪혀보면 이렇게 모은 자료들이 노트에만 기록되고 정작 제품에는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왜일까?

  • 왜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목적없이 주변에서 좋다고 하니까 맹목적으로 진행했을 수도 있고
  • 질문 문항에 주관자의 편향이 개입되어있을 수도 있고
  • 소비자 답변이 진실되지 않거나 정작 답변자 본인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변수들로 인해 소비자 답변은 왜곡될 수 있고, 왜곡된 인사이트는 엉뚱한 실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강력한 카리스마와 통찰력을 지닌 매우 뛰어난 리더들은 이러한 고객 조사보다 개인의 통찰을 더 신뢰하고 밀어붙여 성과를 내기도 한다. 또한 신생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디어 대부분은 소비자 조사가 아닌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낀 각 개인의 불편함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자 조사를 진행할 때 왜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명확히 해야한다. 신제품, 신기능에 대한 인사이트를 뽑기 위한 조사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명확한 가설이 있는지를 정하고 접근해야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줄일수 있다.

피어슬릿 대표 수이님이 공유한 경험담이다.

그 좋다는 유저 인터뷰, 작년에 대책없이 130명 했다가 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 Disquiet*
유저 인터뷰에 대해 떠도는 이야기들…

작년에 무려 130명을 무작정 인터뷰했고 그 안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실패 원인1 - 초점이 너무 넓었던 가설
실패 원인2 - 고객의 모든 걸 샅샅이 알고 싶어...
실패 원인3 - Demographic과 Psychographic으로 표현한 퍼소나, 고객 프로필
실패 원인4 - 유저인터뷰의 회고와 개선, 최적화를 하지 못했다.
실패 원인5 - 참 좋은 유저인터뷰, 그럼에도 인터뷰로는 검증할 수 없다는 걸 몰랐다.

이후 지금의 유저 인터뷰 진행과정

1.가설의 초점을 좁게
2.일단 하나의 가설을 검증하는 것에 집중
3.퍼소나는 인구통계, 심리통계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가진 이들의 세부적인 상태로 지정
4.매 스프린트마다 인터뷰 분석 및 회고 진행
5.유저의 행동 데이터로 검증하기 위해 MVP 제작

피기팟(PM 기획자들의 모임) 스터디에서 FGI와 관련해서 나누었던 이야기이다.

👱
MJ

사용성 개선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FGI를 진행했는데, 의견이 강한 사람이 대화 분위기를 주도하면 전체 분위기가 한 쪽으로 끌려가는 경향성을 보여서 올바른 답변을 얻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FGI 시작 전에 질문지를 먼저 배포하고 각 문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점수 배점을 요청해봤습니다.

이후 FGI를 진행하면 여전히 의견이 강한 사람들의 주장에 끌려가는 경향성은 나타났지만 분석 결과를 정리해보면 FGI에서는 알기 어려웠던 실제 속마음을 함께 알 수 있어서 왜곡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FGI를 여러번 진행하면서 생긴 노하우는 우리 제품을 많이 써보고 의견이 강한 사람들의 의견은 기능 개선에 활용하기 좋고, 적게 사용해본 사람들의 의견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때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
SH

B2B SaaS 제품을 만들고 운영하다보니 굳이 FGI를 안해도 일상이 다양한 피드백의 연속입니다 😃

내 경험안에서도 동일하다.

설문, FGI, 고객 인터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때 유용하고, 기존 제품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는 고객 VOC와 데이터 분석으로 대부분 발견할 수 있다.

책 Thick data에 소개된 내용이다.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할까. 이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해야 할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서 찾아야 한다. 소비자는 신제품을 만들거나 홍보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거의 유일한 단서다. 그러나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소비자 조사는 아니다.

소비자 조사는 수행이 간단하고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 조사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진 않는다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거나 기억이 또렷하지 않아서 또는 조사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자기 본심과 다르게 응답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가장 흔히 활용하는 설문조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한번 돌아보자.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하려 애써도 설문지 문항에 이미 연구자의 가설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 가설에 통찰력과 깊이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설문조사 결과인 출력 데이터에도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연구자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설문조사 자체를 그것에 맞게 재구성하는 일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대다수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구매하길 원한다는 결론이 나와도 시장에서 실제로 통할리 만무하다.

누군가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설문조사와 달리 정성 조사의 측면이 있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한다. 나도 포커스 그룹 인터뷰가 개방형 질문을 통해 소비자의 감정과 뉘앙스를 파악하고, 풍부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분위기를 묘하게 주도한다거나 서로 간에 경쟁심이 생긴다거나 말을 가려 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 조성되면 정직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소비자 조사보다 더 확실하고 깊은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객을 오랜 시간 동안 직접 관찰하는 참여 관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사자가 사냥하는 법을 보려면 동물원이 아닌 정글로 가라."

소비자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또는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먼저 발견해야 한다. 소비자 조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소비자의 일상으로 들어가 그들의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 혁신의 단서는 소비자의 말이 아니라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습관과 행동에서 발견된다.

소비자를 알고 싶다면 그들이 거주하고 쇼핑하며 놀고 일하는 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며 감탄하고 불평하는 상황에 함께해야 한다. 그리고 마치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처럼, 갓 세상에 태어난 어린 아이처럼 선입견 없는 눈으로 그들을 관찰해야 한다.

아무나 상상할 수 없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다면 소비자 조사에 의존해선 안되며 특히 아이디어 초기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스티브 잡스가 ‘1인 포커스 그룹’이라는 비아냥을 감내한 건 아이디어 초반에 행해지는 소비자 조사가 자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평범하고 무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thick data와 big data를 결합해 smart data를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진 않다. 새로운 전문가 인력이 필요하고, 업무 프로세스도 달라져야 한다. 또 그간 시행했던 설문조사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보다 시간과 비용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smart data의 힘을 실감하고 나면 더는 설문조사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맹신하게 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