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전문가는 없다.
책 <함께 자라기>를 읽으며 '신뢰 자본'과 관련하여 떠오른 생각들.
애자일 철학의 근간은 협업과 성장에 포커스 되어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함께 자라기’이다.
이 책은 애자일 문화를 중심 주제로 다루다보니 개발자 관련 사례들이 많다. 전문가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고독한 천재, 나 홀로 전문가’와 같이, 전문지식은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우리는 전문가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떠올리기도 하지만 이는 대표적인 미신이고 전문가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술’ 또한 뛰어나다고 한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
‘사회적 기술’은 소프트스킬로 치환할 수 있겠다.
최근에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일수록 타인과의 인터랙션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며, 뛰어난 개발자들의 약 70%가 동료와의 협력을 언급하는 반면에 실력이 그저 그런 개발자들은 20%도 안 되는 사람들만이 동료와의 협력을 언급했다고 한다.
나 또한 PM, 기획자 직무로 오랫동안 일해왔기에 자연스럽게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세일즈, 운영 등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과 협업해 왔다. 이 중에서는 당연히 타고난 성격에 따라 사회적 기술이 좋은 사람도 있고,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 경험 안에서는 유독 백엔드 개발자분들이 사회적 기술이 부족했던 경험이 많았다. 반면에 논리적인 사고 능력은 월등히 좋다. 이러한 기질이 백엔드 개발자 포지션에 잘 맞는 건지, 백엔드 개발자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기질로 바뀌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사회적 기술이 좋은 분들은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고,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언제나 추천 대상에 오른다. 물론 기본적인 실력이 중간 이상일 경우의 이야기이다.
가끔은 사회적 기술이 떨어져도 개발 실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분들이 계신다. 이런 분들 또한 나에게는 함께하고 싶은 멤버에 속한다. 하지만, 협업으로 일할 때보다는 독립적으로 일할 때의 퍼포먼스가 훨씬 높기에 성향에 맞는 업무 배정도 중요하다.
조직 안에서 ‘신뢰 자본’이 높은 멤버는 업무를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반면에 ‘신뢰 자본’이 낮은 멤버는 진행하는 모든 일에 어려움이 생긴다. 대략 이런 식이다.
신뢰가 깨져 있는 맞벌이 부부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일찍 퇴근을 했습니다. 싱크대에 그릇이 쌓여 있는 걸 보고는 남편은 웬일인지 설거지를 합니다. 여기까지를 제삼자에게 보여주면 대부분 남편이 선의의 행동을 했다고 평가를 내립니다. 반전은 부인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입니다. 부인은 남편에게 화를 냅니다. “집안일을 제대로 안 한다고 항의하려는 거냐”, “나보고 좀 이렇게 하라는 뜻이냐” 등등. 신뢰가 깨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악의적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팀장은 선의로 팀원들에게 책을 선물합니다. 그런데 팀장과 팀원 사이의 신뢰는 이미 깨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면 팀원들은 팀장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나 보고 이런 거 모르니 공부하라는 얘기야? 자기는 쥐뿔도 모르면서…”라고 생각할 수 있죠. 이 신뢰를 사회적 자본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자본이 좋은 사람들은 통상 사회적 기술이 뛰어납니다. 쉽게 말하면 신뢰 구축을 보다 잘하는 사람이겠죠. 반대로 사회적 기술에서 음의 기술을 가진 사람도 존재합니다. 예컨대 커뮤니케이션할수록 신뢰가 깨지는 사람을 말하죠.
결국, 진정한 애자일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동료를 신뢰하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수평적인 소통과 협업은 무색해지고 무늬만 애자일일 뿐 속은 계속 곪아갈 뿐이다.
따라서, 스스로가 신뢰 자본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로 치부하기보다는 신뢰 자본을 쌓아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받기, 피드백 주고받기, 영향력 미치기, 가르치고 배우기, 위임하기 등이 신뢰 자본을 쌓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방법론적으로 신뢰를 쌓기 위한 행동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대하기’이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상대방의 행동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느낀다. 상대방에게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나는 너를 신뢰해’라고 말하고, 좋아하지 않는 상대에게 ‘나는 너를 좋아해’라고 말한다고 해서 신뢰 자본이 쌓이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은 겉으로 드러나는 말뿐 아니라 표정, 제스처, 목소리의 떨림, 평소의 행동 등으로 여실히 보여진다.
동료의 단점이 아닌 강점에 주목하고, 당장의 부족함에 대한 불만보다는 성장을 위한 진심 어린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자연스럽게 상호 신뢰가 형성되고 끈끈한 협업관계가 형성된다.
꼭 애자일이 아니어도 좋다. 책의 제목처럼 ‘함께 자라기’의 마인드셋을 가지고 협업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앞으로도 함께할 든든한 우군이 된다.
독서노트 <함께 자라기> 시리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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