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지, 자료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책 <함께 자라기>를 읽으며 '설득'에 관하여 떠오른 생각들.
애자일 철학은 인간 중심의 가치를 강조한다.
프로젝트의 성공이 단순히 기술적인 완성도나 객관적인 지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참여, 협력, 만족도에 더 크게 달려 있다는 것을 중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설득의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설득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조직에서 일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하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더라도 상대방에 따라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거절당하기도 한다. 나보다 상사이거나 리더의 의견들도 납득되지 않거나 동의되지 않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책에 나온 사례 중 하나이다.
모 회사에서 객관적 자료로 설득을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논문 몇 편 갖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끝에 묻더군요. "그거 어느 나라 사례인가요?" / "미국요" / "에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나라는 미국이랑 달라요. 이 사람아"
이번에는 다시 우리나라 연구를 갖고 찾아갑니다. "그거 어느 업계 사례인 가요?" / "x 업계요" / "에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 업계는 거기랑 전혀 달라요, 이 사람아"
이번에는 다시 해당 업계 자료를 구해 갑니다. "그거 어느 회사 사례인가 요?" / "A 회사요" / "에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 회사는 그 회사랑 전혀 달라요, 이 사람아"
뭔가 패턴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마음에 안 들면 어떤 '객관적' 자료를 갖다 줘도 설득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그 자료에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 라는 암시가 강하게 있다면 더더욱 설득이 어렵습니다.
객관성이라는 것도 결국은 사람에 따라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그래서 누구의 객관이느냐가 중요하다.
A는 업무 중에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것이 집중력을 높이는 상식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B는 동료들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여길 수 있고, A는 워크숍이 팀과 조직의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하지만, B는 이러한 활동이 비효율적이며 불필요한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설득의 핵심은 자료가 아니라 사람에 있다.
상대방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들의 객관성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만 그에 맞춘 설득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설득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설득에 필요한 또 다른 중요 요소는 그동안 쌓아놓은 신뢰 자산이다. 상대방이 나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대방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반대로 신뢰가 있다면 어느 정도 부족한 논리나 자료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
사내 정치를 잘하는 분들을 제 3자의 관점으로 유심히 관찰해 보면 의사결정자와 어느 정도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고, 상대방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 점을 공략한다.
결국, 설득의 본질은 자료가 아닌 사람에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과 ‘신뢰'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모으는 것보다도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신뢰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다.
우리가 인간이기에 그렇다.
독서노트 <함께 자라기> 시리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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