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2주 차) 제품팀 운영, 10년 전 일기
매일의 노트를 모아 주차별 회고 기록을 작성합니다.
주차별 회고 기록을 남긴 지 어느덧 12주 차.
키노라이츠에서 매주 경험한 것들과 배운 것들을 하나 둘 기록해가고 있다. 가끔은 소재가 떨어질까 미리 걱정되기도 하는데 이번주가 마침 큰 이벤트가 없는 한 주였다. 이것 또한 제품팀이 겪는 일상 중 하나로 무언가를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을 가끔씩 마주하기도 한다.
목표 설정도 중요하지만, 제품 현황을 다 함께 돌아봐야 한다.
지난 2월 회고 미팅에서는 우리가 Growth 목표 설정 과정에서는 점점 방향을 잡아가는 것 같은데 목표 설정 이후에 프로젝트에 집중하느라 제품과 고객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운전으로 비유하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까지는 방향을 잡아가고 있지만 주행 중에 차에 문제는 없는지, 기름은 얼마나 남았는지, 이대로 가는 게 최선인지 등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비유를 들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현황을 돌아보는 주 단위 정기 미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두 번의 미팅을 경험하면서 이 과정이 꼭 필요했다는 걸 스쿼드 멤버 모두가 공감하게 되었다.
지난 미팅에서는 최근에 진행했던 2건의 A/B 테스트 실험결과, 고객 인터뷰에서 나왔던 고객 피드백, 한 주간의 데이터 변화 등을 공유하고 여러 직군(PM,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의 멤버들과 각자의 시각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다르게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로 동기화해나가고 있다.
각자가 바쁜 상황에서 의미 없는 미팅은 최소화해야겠지만,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는 이 미팅에서는 꽤나 깊은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이 미팅만큼은 매주 필수적으로 진행해보려고 한다.
고객의 칭찬 피드백은 언제나 달콤하다.
자체 커뮤니티를 운영하다 보니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기능은 커뮤니티에 공지를 남긴다. 이번 주에는 과거의 기술 부채로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기능에 대한 업데이트가 있었는데 고객 분들이 좋아해 주는 댓글을 보면서 이래서 제품을 만드는구나라는 기쁨을 또 한 번 느꼈다. 고객의 칭찬은 언제나 달콤하다.
특별한 경험 & 배운 것
#1
회사 IR 자료 및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자료는 대부분 직접 만들다 보니 가끔씩 문서 작업으로 바쁠 때가 있다. 10주 차에는 언론사 대상의 발표 자료를 만드느라 시간을 보냈고, 이번주에는 다음 주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 자료 준비와 프로젝트를 병행하느라 꽤나 정신없었다. 그래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IR 자료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게 된다.
#2
스쿼드 멤버들과 3주 단위로 1on1 미팅을 진행한다. PM 또는 디자이너 직무 멤버들과 1on1 미팅을 진행할 때는 직무 분야의 피드백을 주기도 하는데, 마케터와 개발자 직무의 멤버들과 미팅을 진행할 때는 직무 피드백은 크게 줄 수가 없다 보니 회사의 방향과 협업 관점에서 주로 이야기를 나눈다.
1on1 미팅이 마무리될 때쯤에는 다음 1on1까지 해보면 좋을 액션 아이템을 함께 정리하고 마무리하는데 이번주에는 백엔드 개발자 Heidi가 지난 액션 아이템에서 고민해 온 제품 개선 아이디어를 듣고 마케팅팀과 가벼운 이벤트로 테스트까지 진행해 보게 되었다.
가끔은 꽤나 빠르게 돌아오는 1on1 미팅 일정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미팅을 통해 함께 동기화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바쁘더라도 가능한 한 빼먹지 않고 지속해나가려고 한다.
#3
PM Aiden이 아빠가 되어 2주간 출산휴가를 가게 되면서 Aiden이 운영하던 커뮤니티 스쿼드와 신규 프로젝트에 임시 PM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기존에 루틴하게 진행하던 일들도 있어서 혹시나 나 때문에 구멍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조금 있었는데 PM Jane이 Aiden의 빈자리를 대부분 채워줘서 다행히 큰 공백 없이 2주를 보낼 수 있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백업 PM이 있어서 항상 든든하고 감사하다! 회사에 세 번째 아빠가 생겨서 너무나 반갑다 :)
#4
지금은 운영을 안 하고 있지만 2년 정도 페이스북 웹 모바일 기획자 그룹을 운영하며 업계 관련 글을 하루에 2~3개씩 꾸준히 공유했었다. 그룹 멤버는 꾸준히 늘어서 6천 명 가까이 모였는데 어느 날, 글을 이렇게 퍼다 나르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새롭게 올라오는 업계 글들을 빠짐없이 읽다 보니 속독 능력은 분명히 좋아졌고 최신 트렌드도 놓치지 않게 되었는데 반대로 글을 깊이 있게 읽지 않게 되었다. 또한 글을 올리지 않는 날은 부채감이 생겨서 해당 활동을 그만두었다.
이후로 글 하나를 읽더라도 제대로 읽는 방향으로 마인드를 바꾸고, 좋은 글이 있으면 더 깊게 읽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내가 매일 사용하는 메모 툴에서 텍스트로 diagram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업데이트되면서 이번주에는 출근길에 마음에 드는 글을 읽고 모바일에서 diagram으로 정리해 봤다.
아래 샘플처럼 텍스트를 입력하면 다양한 도식 관계를 설정할 수 있고, 아티클도 도식화해서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해 두면 다음에 원글을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다.
#5
이전 회사에서 내가 직접 채용했던 두 명의 PM과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한 친구는 1차 서류가 합격한 뒤에 내가 진행했던 오프라인 강의에 참여해 커피를 사줬어서 그 기억이 생생하다. 또 다른 친구는 같은 사무실, 다른 회사, 다른 직무의 친구였는데 태도가 성실해 보여서 신입 기획자로 제안했고 함께하게 됐었다. 그 친구가 벌써 5년 차가 넘었다. 시간 참 빠르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언제나 유쾌하고 즐겁다.
#6
지난 회고에서 브런치에 글 쓰기 시작하면서 10년 전쯤 함께 일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었다고 글을 남겼었는데 그 친구가 아이들나라에 면접이 잡혀서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아이들나라는 우리 회사 바로 아래층에 있다.
그 당시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새내기 기획자였는데, 10년 후에 만난 이 친구는 어느새 경험 많고 노련한 시니어 팀장이 되어있었다. 10년 만에 만나서 정말 반가웠고 멋지게 성장해서 더욱 반가웠다. 업계에 오랜 시간 있다 보니 오래 전의 인연들을 만날 수 있어서 뜻깊었고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친구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도록 이 업계에 오래도록 남아있고 싶다.
#7
메모장을 정리하다 10년 전쯤 회사를 퇴사하며 선배들의 피드백을 모아둔 일기장을 꺼내보았다. 그때는 동의되지 않던 내용들도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나에게 꼭 필요한 조언들이었다.
- 기획자로서 남들이 다 아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 단계가 지나가면 나만의 가치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싸이월드 기획자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지 않냐. 너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모인다. 기획자라는 직업에서 너의 가치관은 무엇이냐?
- 자격지심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항상 읽고 쓰고 생각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발표해라. 이 과정을 통해 빠르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 무공에 역량이 터지는 시기가 있는 것처럼 직업에서도 역량이 터지는 시기가 있다. 본인은 2번 정도가 있었는데 머리가 너무 복잡할 때 한 번씩 터져주는 것 같다.
- 윗사람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너의 의도대로 끌고 가는 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 불평불만은 가급적 말하지 말자. 우는 소리로 들린다.
- 습관적으로 고개만 끄덕끄덕 하는 경향이 있다. 잘 모르면 알 때까지 물어봐라.
- 너무 자주 보고하고 확인받으려 하지 마라. 윗사람은 짜증 난다. 스스로 내 기획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
- 기획 리뷰할 때 너무 기능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상대방은 재미없고 흥미 없다. 기획 이유에 대해서, 컨셉에 대해서 명확히 이야기해 주고 넘어가자. 진정한 기획자는 화면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 조급해하지 마라. 빨리 성공하고 싶은 의지가 강한 건 알겠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시간이 가면서 그 시간에 즐겁게, 긍정적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게 되니까. 아직,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4년 정도만 세상을 더 지켜봐라 분명 기회가 올 거다.
- 사회적 기업도 내 밥벌이할 수 있을 때 해라 (이 당시 사회적 기업에도 관심이 있었다)
일기의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써두었다.
"내가 여러분 나이가 되었을 때는 당신들보다 더 큰 사람이 되겠다"
그때의 그분들보다 더 큰 사람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위치까지는 온 것 같다.
마지막 글은 부아c - 인생을 살다 보니 깨닫는 10가지 것들 에서 인상 깊었던 문구들!
일단 하고 나면 쉬어지는 것이고
내가 지금은 실패한 것 같아도 사실 크게 보면 성공한 것들이 더 많았고
지금의 힘든 나를 사실은 누군가는 부러워하는 것이고
재능보다는 시간이 들어간 노력이 길게 보면 이기는 것이고
그만둘까 하는 순간이 사실은 거의 다 온 순간일 수 있고
목표에 집중하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며
타인과 비교하기보다는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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