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32주 차) 역할과 책임

매일의 노트를 모아 주차별 회고 기록을 작성합니다.

(23년 32주 차) 역할과 책임


나는 2007년 기획자로 시작해 어느새 16년 차 직장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7개 회사를 재직했고 스타트업, 중견기업, 대기업의 조직 프로세스를 모두 경험했다. 창업멤버로 참여한 스타트업은 2개다. 그리고 지금은 CPO 역할을 맡고 있다. 

수직적인 조직, 수평적인 조직을 모두 경험했고 명함 타이틀은 연차와 전문성, 회사의 상황에 따라 사원, 대리, 과장, 선임, 책임, 팀장, 리더, 본부장 등 다양했다.

그리고 지금의 조직에서는 <경영진 역할>과 <PM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직위와 직무에 따라 조직에서 기대하는 역할은 많이 다르다. 


경영진 역할

이번 32주 차는 전체 멤버가 한 자리에 모이는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우리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할 때 월요일 하루를 통으로 사용하는데 회사의 주요 활동을 공유하고 멤버들끼리 식사 및 친목활동도 함께한다. 가끔씩 모두가 참여하는 미니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타운홀 미팅 전에는 경영진과 HR은 사전 미팅을 여러 번 거친다. 

이번 타운홀에서는 CEO Jay가 업계의 전반적인 현황을 공유하고, CTO Cain은 기술 부문 리더로 승급한 Esji와 중간 리더의 역할에 대한 발표, CPO인 나는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발표로 이어졌다. 

이후 칭고춤(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세션에서는 서로가 칭찬한 일들을 공유하고, 우리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전체 퀴즈대회, Hugo의 영화 장면에서 보는 심리이론 찾기, Aiden의 스쿼드 발표 및 책 출간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나누었다. 마지막 타임은 다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마무리한다. 

이 날은 회계 업무를 맡고 있는 Via가 홍대에서 콘서트를 하는 날이라 행사 종료 후 콘서트를 보러 간 멤버들도 여럿 있다.


타운홀 행사 외에도 최근 2주간 경영진 레벨에서 논의한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내용을 날 것으로 전달할 수는 없기에 정리된 내용을 공유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조직이 비슷하겠지만 경영진 분들이 미팅은 정말 많은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수시로 아래와 같은 논의들을 하고 있다고 이해해 주시면 된다. 

1. 방향 설정

조직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계획대로 잘 가고 있는 것 같을 때도 있고, 안개가 낀 것처럼 불명확한 순간들도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수시로 마주하게 되고 경영진 안에서도 서로가 생각이 다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동기화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앞에서 운전대 방향을 잘 잡아야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운전대를 이리저리 흔들면 조직의 혼란은 거세지고 잘못된 방향을 잡으면 엉뚱한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2. 인사

아직은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다 보니 인사 관련해서도 함께 고민할 사안들이 많다. 채용, 승진, 퇴사, 인사평가 등 인사 관련 사이클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기준이 없으면 그때그때 입맛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각 상황에 맞는 기준을 정하고 계속해서 조직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해 나간다. 조직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이슈들이 끊임없이 생기고, 조직이 스케일업 됨에 따라 기존의 인사 기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조직문화와 기준을 정하고 그것들을 끊임없이 조정해 나가야만 한다. 

3. 구성원들의 컨디션 파악 및 동기화

방향을 잡고, 필요한 사람들이 모였다면, 이제는 모두가 잘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는다면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목표 동기화), 또한 구성원 간에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관계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조직 내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 컨디션도 전체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명량

이러한 상황들을 빠르게 캐치하고 조정하는 일들이 경영진의 역할이다. 전체가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 개인적으로 만나는 1on1 미팅을 통해 끊임없이 동기화하고 구성원들의 컨디션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균열이 보일 때는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균열난 채로 달리면 임계치에 도달했을 때 결국 무너진다. 아무리 급한 상황일지라도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면 상황을 파악하고 재정비를 하면서 나아가야만 한다.

이외에도 재무현황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업무상 발생하는 외부미팅도 자주 있지만 내 경험 안에서는 위에 적은 3가지가 가장 중요하고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영역이다.

머리로는 안다.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면 된다.

하지만 저것을 잘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논의하고 토론하며 우리의 기준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팀 운영, 스쿼드 운영

지금은 팀 리더, 스쿼드 리더 역할도 함께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의사결정은 경영진 레벨과는 조금 다르다. 경영진과 협의된 명확한 목표가 있기에 스쿼드 안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는 사이클을 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 영역에서는 제품 우선순위 선정 및 정책 수립과 관련된 미팅을 주로 진행하게 된다.

PM으로 업무를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경영진과 협의된 목표가 없거나 애매한 경우이다. 함께하는 멤버들과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동기화된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서로 생각하는 목표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경우에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우리도 6월에는 구성원들 사이에 혼선이 있었고 PM Aiden이 목표를 다시 한번 명확히 정리해 달라고 경영진에게 에스컬레이션을 해서 혼선이 있던 목표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동기화할 수 있었다.

목표를 명확히 한 이후에는 목표 달성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ICE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행했고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졌다. 다만, 최근에 목표만 바라보고 조직이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과거에 정리했던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중간중간 건너뛰면서 쉴 틈 없이 달려왔고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이슈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예전에 만들었던 프로세스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은 꼭 짚고 가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정리한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

동기화 문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노라이츠'


SWAG

키노라이츠 통합 랭킹은 업계에서 점차적으로 공신력을 얻어가고 있다. 핫한 작품이 상위에 랭크되면 바로바로 기사화돼서 언론에 공유된다.

서비스를 만족하는 고객들의 반응도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히 올라온다.


특별한 경험

#1

PM으로 일하면서 직장을 벗어나 가장 크게 도움이 된 점을 하나 꼽아보자면 보다 계획적으로 살게 되었다는 점이다.

작년부터 개인 목표를 OKR로 계획하고 있는데 지난주는 개인 OKR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MBTI는 계획적이기보다 즉흥적인 성향인데 PM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획하는 역량들이 개선되었고 업무에서 주로 활용되는 OKR을 개인의 삶에 적용해 보니 보다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작년 10월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런 식으로 OKR을 계획한다. 

개인 노트에 실행내역을 기록하며 추적 관리하고, 배운 것들을 기록하며, Key Result(핵심 결과)는 실력이 성장함에 따라 하나씩 늘려가면서 관리하고 있다. 

#2 

아내와 함께 인천에서 열리는 싸이 흠뻑쇼에 다녀왔다. 4시간 넘도록 스탠딩석에서 물대포 맞아가며 3만 명이 다 함께 뛰고 노래 부르며 그동안의 근심 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온전히 즐기고 왔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즐기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삶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롱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렇게 수많은 팬들이 응원해 주면 어떤 기분일까? 나도 내 분야에서 만큼은 오래도록 일하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나가고 싶다. 

지치면 지는 겁니다. 미치면 이기는 겁니다.

- psy